일본 생활/게스트하우스 생활

[도쿄 게스트하우스] 잃어버린 물건(분실물, 유실물)은 어떻게 처리할까?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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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금까지 숙박업소 혹은 대중교통을 이요하며 물건을 두고 나오거나 잃어버린 경험, 한 번 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버스에서 에어팟이나 카드지갑 등을 잃어버린 기억이 있고, 호텔에서 투숙한 뒤 카메라 충전기를 두고 나온 경험이 있다. 퇴실할 때 그렇게 꼼꼼히 확인하는데도 두고 나오는 것이 억울하지만,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확실히 알았기에, 호텔 측에 연락해 착불 택배로 받은 기억이 있다. 

 

카메라 전용 충전기는 가격이 제법 나가는 전자기기라 직원에게 부탁해서 받았기에, 그 수고를 하였을 직원분께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내가 숙박업소에서 일하게 되니 분실물, 유실물은 숙박업소의 남모를 고된 업무 중 하나다. 처리 절차가 의외로 번거롭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찰청에 접수된 유실물의 처리 절차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시 6개월까지 보관하고 이후 국고 귀속 혹은 폐기 혹은 양여(남에게 넘겨줌)가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 호스텔도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공간의 제약이 있어 분실물은 체크아웃 이후 최대 1주일까지만 보관하고 이후에는 폐기처분 한다. 물론 제법 쓸 만한 물건이면 직접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물건 버리는게 아까운 내가 가장 많이 가져간다. 

 

그러면 게스트하우스 호스텔에 가장 많이 발견되는 분실물, 유실물은 무엇이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 세면도구

유실물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자랑하는 물품이다. 체감상 전체 유실물의 절반 정도인 것 같다. 대표적으로 치약, 칫솔, 면도기, 수건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개인위생용품이라 새 것도 아니며, 가져가서 쓰기가 매우 어려운 것들이다. 다만, 쓰다 남은 폼클렌징은 한 번 시험삼아 써보기도 하며, 어디서 가져오셨는지는 모르지만 꽤 고급 브랜드의 어메니티용으로 나온 샴푸와 린스 등도 간혹 유실물로 나오면 써보기도 한다. 대부분 1회용으로 쓰여지는 물건이 많아서인지 지금까지 세면도구를 놓고 갔다고 다시 찾으러 온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 옷, 가방 등 의류

세면도구 다음으로 많은 비율의 분실물이다. 상/하의, 신발, 가방 등 다양한 것들이 많으며, 간혹 브랜드 의류도 두고 가시는 분들이 있다. 이 경우 일본에 머무는 손님과 이미 외국으로 떠난 손님에 따라 처리 절차가 달라지는데, 일본에 머물고 있다면 착불 택배로 발송할 수 있지만, 외국에 거주할 경우 착불 택배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로 착불택배를 보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제 택배사인 DHL, 페덱스 등에 발송인과 수령인이 모두 회원가입이 되어있고, 수령인이 결제 신용카드를 택배사 홈페이지에 등록해 놓으면 착불 택배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별로 이용하지도 않는 사설 국제 택배사에 신용카드 정보까지 등록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정말 고가의 물건이라 회원가입 후 카드 정보를 등록해 착불로 받은 고객은 몇 명 되지 않고 나머지 고객분들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처분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우리 호스텔은 라운지에 이러한 의류를 놓고 무료로 가져가라고 하는 박스를 놓고 있다. 내 사이즈에 맞는 의류는 내가 가져가기도 하는 편이다. 그렇게 해서 옷 몇 벌과 신발도 한 켤레 가지고 있다. 하루는 한국에 이 것들을 들고갔는데, 영 브랜드 의류는 입지도 않는 내가 브랜드 의류를 입는 것을 보니 신기해보였나보다.

 

"드디어 너도 나이키 옷 입는거야?"

라고 묻는데, 차마 주웠다고는 말하기 창피해 친구에게 받았다고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이야기 안해도 될 것 같았는데.. 싶다.

 

- 잡화

이 외 잡화로는 우산, 노트, 목베게, 편지지 등등 다양한 잡화가 있다. 대부분 처분해달라고 한다. 이 중에서 그나마 쓸 만한 것은 우산 정도가 있어서, 우리 호스텔은 투숙객에게 무료로 우산을 대여해주고 있다. 이건 아마 다른 숙박시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것들 외에도 처분하기 곤란한 분실물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갑과 여권이 있다. 지갑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신분증, 카드 재발급에 들어가는 수고와 현금까지 들어있으니 말이다. 거기다 여권은 잃어버리는 순간 체류 자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에 여권을 두고 간 고객님들은 100%의 회수율을 보여주었지만, 지갑은 이미 일본을 떠난 분이라면 곤란해지게 된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동전지갑을 두고 가셨는데, 열어보니 지폐까지 제법 있었다. 세어보니 약 7-8천엔 정도 되었다. 연락을 하려고 보았더니 한국분이셨고, 메시지를 통해 동전지갑을 두고 가셨다고 하니..

 

"아! 한참 찾았는데, 거기 있었네요! 근데 제가 지금 출국해야 해서 나리타 공항에 와있어서요.. 혹시 한국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원래는 해외로는 착불 배송은 하지 않지만, 동전지갑에서 배송비 만큼의 돈을 제외하고 보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런 천재적인 생각으로 직접 그 고객님과 이야기를 한 뒤 예상 배송비에 수고비 조금 더 뺀 동전지갑을 우체국에 보내기 위해 갔다.

 

점원 : "보내시려는 물건이 어떤걸까요?"

 

나 : "동전지갑이요"

 

점원 : "혹시 안에 돈이 들어있나요?"

 

나 : "네, 한 5천엔 정도..?"

 

점원 : "죄송하지만, 법률상 현금은 보내실 수 없습니다."

 

세상에, 그것도 모르고 발송 금지 물품인 현금이 5천엔이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꼴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현금은 우편 및 택배로 보낼 수 없다고 하는데 아마 범죄자금 등에 사용될 우려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이미 점원에게 들킨(?) 이상 동전지갑만 들고 가서 '이제는 현금 없어요' 라고 하기도 의심스럽고 민망한 상황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자초지종을 한국 고객분께 설명드리니..

 

"아.. 괜찮아요! 동전지갑은 별로 비싸지 않으니까요"

 

나중에는 동전지갑은 처분하고 그 안에 있는 돈은 내가 가지고, 그 금액만큼 한국 돈으로 환산해 송금해드렸다. 꽤나 간단하게 해결된 문제였지만, 이것은 한국인 직원과 한국인 고객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을 뿐, 다른 다라 고객의 지갑은 여전히 지금도 우리 창고 구석 어딘가에 잠자고 있다. 

 

최근에는 재미있는 유실물이 들어오고 있는데, 바로 인형이다. 아마 뽑기 게임에서 얻은 인형을 캐리어에 담아가기 어려워 놓고 간 것인지, 진짜 깜빡하고 놓고 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포켓몬 인형 몇 개가 분실물로 접수되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포켓몬이지만, 이미지로는 익숙한 인형들. 거기에다 귀여움까지 장착해 소유욕을 자극시켰지만, 내 방도 이미 다른 분실물들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어 새로 가족으로 들이긴 어려웠다.

 

아쉽지만 파모 짱은 무료 박스에 넣었고, 하루만에 누군가의 손에 입양되었다. 야도란은 프론트 데스크의 새로운 식구로 놓아 고객님들의 미소 유발을 담당하고 있다. 

 

호스텔에서 일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업무인 유실물 처리 업무, 때로는 복잡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웃음을 만들게 하는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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