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게스트하우스 생활

[도쿄 게스트하우스 일기] 고독한 타코야끼 쉐프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6. 10:32
728x90

 

한국에 있을 때 타코야끼는 고급 디저트 중 하나였다. 학창시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트럭에서 타코야끼를 팔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6개 3천원'

계산이 빠른 내 머릿속엔 한 알에 500원이라는 공식이 자리잡은 이후로 오랜시간동안 타코야끼는 고급 디저트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요즘엔 그마저도 6알에 4천원정도로 가격이 올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일본에 오면 타코야끼가 더 저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가격은 한국과 비슷했다. 다만, 더 달콤짭짜름한 맛과 함께 흐물흐물한 반죽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어느 날은 돈키호테에서 타코야끼 기계를 매우 싸게 (1,280엔)에 팔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래도 일본에 왔는데, 타코야끼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에 덜컥 구매를 하게 되었다. 타코의 왕국인 만큼 재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고, 어찌보면 그냥 기계를 사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타코야끼 굽는 기술 정도는 가지고 돌아가고 싶었다.

 

 나는 요리하고는 꽤 거리가 멀지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광고판 말에 혹해 타코야끼 기계와 갖가지 재료를 사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다.

 

 

타코야끼를 만들기 위한 재료와 가격은 아래와 같다.

 

- 타코야끼 구이 18구짜리 한 판 (1,280엔)

- 전용 밀가루 믹스 (약 400엔) 

- 문어 (약 400엔)

- 전용 소스 (약 300엔)

- 마요네즈 (약 200엔)

- 파슬리 (약 300엔)

- 가쓰오부시 (약 200엔)

- 기름

- 달걀 1개

 

초기 재료는 3,000엔 정도이나 이후에는 문어만 준비하면 다른 재료는 몇 번이고 쓸 수 있다. 참고로 문어 400엔 정도면 다리 하나 정도인데, 약 두 판(36알)정도는 거뜬하게 만들 수 있다. (거기에 파는 타코야끼보다 문어를 크게 썰어넣을 수도 있다)

 

다른 재료와 함께 계산해보면 약 7-800엔에 36알을 만들 수 있으니 사먹는 것과 비교해보면 약 5배는 저렴하다.

 * 사진에 보면 잘게 썬 파도 넣어져있다. 파는 씹는 식감을 위한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만드는 방법은 굳이 유튜브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1. 먼저 반죽을 판에 적당히 부어준다. (문어를 넣어도 넘치지 않을 만큼)

 

2. 문어를 각 구에 투하한다. 

 

3. 다시 판이 넘치지 않을 만큼 반죽을 부어준다. 

 

4. 타코가 구워지면 젓가락으로 몇 번 뒤집어주면 완성!

 

고수의 경지까지는 올라가지는 못하더라도, 타코를 굽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타코 판은 타코야끼 반죽이 구워질 정도의 온도까지만 올라가기 때문에 불조절도 필요 없고, 뒤집을 수 있는 정도의 굽기가 되면 뒤집어주면 된다.

 

포인트는 자주 뒤집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왜 타코야끼 트럭에서 사장님들이 그렇게 현란한 손놀림으로 계속 타코를 뒤집으시는지, 딱 한 번 해보니 알게 되었다. 판의 온도 상한이 맞추어저 있다고 해도 5분 이상 장시간동안 냅두면 바싹 타버리게 되기 때문에 자주 뒤집어주어야 한다.

 

타코의 반죽이 구워지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요? 라고 물어보신다면 개인적으로 2-3분 정도라고 생각한다. 굳이 시간을 세지 않아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굽기의 정도가 나오면 뒤집으면 된다.

 

 

그렇게 몇 번을 뒤집다 보면 위 사진과 같이 먹음직한 타코가 모습을 갖추게 된다. 판의 모형이 구형이기 때문에 반죽을 밀어넣어주면 모양이 얼추 나오게 되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사진은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발코니에서 고독하게 타코를 굽는 장면

 

 

완성된 타코를 젓가락 혹은 전용 스틱으로 집어 그릇으로 옮긴 뒤 마요네즈와 소스를 뿌린 뒤 그 위에 파슬리와 가쓰오부시를 얹어주면 먹음직한 타코가 완성된다. 맛은 파는 것보다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굽기에 대한 정도와 반죽의 배합비율, 그리고 타코를 굽는 판도 맛을 좌우하는 편이지만, 저렴한 가격에 타코를 마음껏 구워먹을 수 있다는 점이 직접 조리를 해서 먹을 때의 가장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스카이트리가 보이는 발코니에 앉아 타코야끼와 잭다니엘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때면 정말 내가 해외에 살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