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게스트하우스 생활

[도쿄 게스트하우스 일기] 혼자서 건물을 관리한다는 것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4. 6. 09:12
728x90

 

게스트하우스 프론트 데스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직원과 같이 있는 시간은 교대를 위한 한 시간 정도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일하게 된다. 그 말인 즉슨 내가 프론트에 있는 이상 건물 시설 긴급 관리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의미다.

 

평소에 손재주가 없는 나는 자유자재로 다룰 수 물건 혹은 시설물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거의 없었다. 집이든, 회사든 물건을 고쳐본 적도 거의 없고, 그런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불편을 겪더라도 괜히 잘못 건드렸을 때 아예 못 쓰게 되버릴까봐 그냥 내버려두는 타입이었다. 심지어 집 안의 화재경보기가 이상하게 깜빡거릴 때도 이유를 모른채 며칠을 그냥 두기도 했다. (결국엔 오작동으로 판명났지만)

 

 

그렇지만,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건물에서 일을 할 때에는 시설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인과 해결방법까지 최대한 알아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시설에 대한 관리 방법을 알 수는 없다. 엘리베이터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화재경보기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또한 시설을 관리한다는 것도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분장 범위까지는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물건이 고장나면 나 말고 고칠 사람이 없다. 최소한 요금을 내고 숙박 서비스를 받으러 온 손님들에게 불편을 제공해서는 안 되는 노릇이기에 내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생기게 되는 업무이다. 


 

 

 

게스트하우스도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숙박에 필요한 화장실, 그리고 세면대와 비데부터 시작해 샤워실, 세탁실, 주방, 냉장고 등등 왠만한 물품과 시설은 구비하고 있다. 

 

형광등 갈기, 벌레 잡기 등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할 수 있으니 거뜬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시설 관리이지만, 간혹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불편사항도 접수된다.

 

"전자레인지가 작동이 안 되요"

"에어컨에서 찬 바람이 안 나와요"

이런 것들은 사용설명서를 보고 작동시키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가뜩이나 외국어인데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전문용어가 즐비하니 집중력은 두 배로 들고, 이해하는 속도는 두 배로 느려 손이 조금 느리다는 것 뿐이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이걸 누가 고치나? 그냥 할 수 밖에 없다.

 

이 외에 아직까지도 원인을 찾지는 못했지만, 어영부영 해결한 불편사항도 있다.

 

"건조기에서 알 수 없는 물이 떨어져요.."

-> 알 수 없는 물이 멈출때까지 수건으로 계속 닦고 닦았다. 

 

"샤워실에 온수가 안 나와요"

언젠가 따뜻한 물이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몇 분을 틀다보니 정말 따뜻한 물이 나왔다. 

 

그러나 어제는 1년 넘게 이 곳에서 일하면서 처음 받아본 불편사항이 있었다.

"도어락이 고장났나봐요. 문이 안 열려요"

 

 

한국에서도 도어락이 고장나면 업자 아저씨를 불렀는데, 지금은 그냥 일단 내가 해결해야 한다. 손님이랑 같이 방을 가서 보니 정말로 도어락이 고장나있었는지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먹통이었다. 도어락을 분해해 건전지를 갈아끼워도 먹통인 것을 보니 기계 자체가 고장이 난 것 같다. 

 

겨우겨우 창고에 있는 새 도어락으로 갈아끼웠지만 여전히 작동이 안 되 문제가 원인이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두 시간만에 고쳤다. 한국에서는 손가락 까딱 하지 않던 나지만, 이 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일들, 그리고 책임의 문제로 귀결될만한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고치려는 습관도 게스트하우스에 일하면서 몸에 베인 습관 중 하나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는 야외 발코니가 있는데, 난간이 조금 낮은 편이라 혹여라도 물건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얼마전에 입구에 안내판을 써서 붙이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이 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모든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고 안전을 가져다주었으면 좋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