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게스트하우스 생활

[도쿄 게스트하우스 일기] 낫토와 김치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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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토와 김치는 둘 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다. 누가 선정했는지는 알 수 없기에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세계 5대 슈퍼푸드가 렌틸콩, 올리브오일, 요거트, 낫토, 김치라는데 이러한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들 중 두 가지를 매일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행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낫토를 즐겨 먹었는데, 일본 낫토를 많이 먹어보고 난 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발효가 완벽하게 되지는 않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역시 김치는 한국이 맛있고 낫토는 일본이 맛있다.

 

심지어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어 종류도 굉장히 많다. 달걀을 넣었을 때 맛있는 낫토, 겨자를 많이 넣어 매운 맛을 강조한 낫토, 순한 맛 낫또, 매실장아찌맛 낫토 등.. 많은 사람은 낫토의 고약한 맛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건 일본인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람들도 낫토를 굳이 먹지 않는 사람 혹은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이건 한국사람이라고 전부 김치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과는 맥락이 조금 다른데, 한국에서 매 끼니마다 김치가 반찬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이를 먹지 못하면 받는 식생활의 불이익이 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는 먹지 않더라도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말이국수 등.. 향이 강하지 않은 김치요리는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그러나 일본에서 낫토는 순전히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내 식사 취향과 맞지 않다면 먹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어쨌건, 낫토와 김치의 공통점은 발효식품으로서, 그 안의 독보적인 영양소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문제는 고유의 향도 무척이나 독특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곤욕을 치루게 한다는 점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다보면 식사를 라운지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매 끼니마다 외식을 하기에는 돈도 아깝고 챙길 수 있는 영양소의 균형도 맞지 않다. 더군다나 슈퍼에 가면 10엔이라도 경쟁적으로 할인하면서 맛도 풍부한 낫토와, 한국 슈퍼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국김치가 있지 않나? 설거지가 귀찮다는 이유만 빼면 굳이 나가서 사먹을 이유가 없다. 

 

단, 이는 영양소 공급에 관한 측면에 한한다. 내가 일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서양 출신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이 분들 입장에서 낫토와 김치의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다. 내 해외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평소 나를 응원해주던 선배님이 한국에서 김치 몇 포기를 보내주셨다. 김치를 외국에 보내보신 분이시라면 알겠지만, 포장을 2중, 3중.. 그 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항공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상공에서 팽창하여 터질 위험, 그 액체가 주변 캐리어까지 더럽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 선배님도 5중 포장에 알루미늄상자까지 꼼꼼하게 포장해 보내주셨다. 감격의 눈물과 함께 꽁꽁 포장된 김치를 들고 라운지에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친구가 나를 보고 이야기한다.

 

"그거 안에 든 거, 김치야?"

 

알루미늄 박스에 아무 글자도 안쓰여져 있는데 어떻게 알았지? 물어보니, 냄새가 상자 밖으로 새어나온다고 한다. 설마, 말도 안 돼. 내 코엔 알루미늄 냄새밖에 나지 않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그제서야 냄새가 퍼졌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독보적인 김치의 냄새에 꽤나 민감한 편일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직원 냉장고도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닌, 다른 일본 친구들하고 같이 쓰는데, 어느 날 냉장고의 김치 냄새가 다른 음식 냄새에 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정말 냉장고 안에서 김치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이 냄새에 군침이 싹 도는 것은 나 뿐, 다른 친구들 입장에서는 그닥 반갑지 않겠지. 더군다나 자기 식재료의 다른 냄새가 밴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내가 가장 즐겨 먹는 식단은 밥 한 공기에, 김치 한 숟갈, 마늘조림 몇 개, 낫토 한 컵, 간장 뿌린 두부에 미소된장국이다. 가끔 여기에 슈퍼에서 고기반찬을 사서 놓으면, 세상에 이보다 훌륭한 식단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가격도 착하고 영양소도 균형잡혀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식단을 차려놓은 뒤 서양 손님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마늘, 김치, 낫토, 된장국.. 온통 생전 맡아보기 어려운 냄새들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들(서양인)도 고약한 치즈 꺼내놓고 먹는데, 우리라고 김치 못 먹을 이유가 뭐야?"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반찬을 꺼내놓았을 때 퍼지는 냄새와 일부러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기는 모습에 꽤 미안해지곤 한다. 그렇다고

 

"너희들도 그저께 여기서 까망베르 치즈 까먹었으니까 김치 낫토 냄새 맡아"

 

라고 복수를 할 수도 없지 않나? 사실 아직도 명확한 해결방법을 찾지 못했다. 좋아하는 음식에 냄새가 나는 것에 해결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싶지만, 여러 연구 끝에 낫토의 냄새를 조금은 줄일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찾았다. 다음에는 낫토를 다양하게 먹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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