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시 지역을 나누어서 코스를 계획할 때 긴자는 명품 상점이 많은 거리로 분류하고 쇼핑을 위해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긴자는 오랜 역사가 담긴 공간이 있어 쇼핑이 아니더라도 구경할 거리가 제법 있는 곳인데요, 오늘은 그 중 한 곳인 이토야 문구점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토야
위치는 긴자역과 히가시긴자역 사이 대로변에 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선전을 위한 공간 사이에 문구점이 있는 것이 이질적이면서도, 그 경쟁에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을지 궁금해집니다.
긴자 이토야 층별 안내
1층 - 인포메이션 데스크, 그리팅 카드
2층 - 그리팅카드, 편지, 봉투, 경조품, 색지, 유리볼펜, 우표, 우표 포스트
3층 - 만년필, 고급 필기구, 잉크, 책상용품
4층 - 노트, 시스템수첩, 수첩 관련용품, 가죽 소품 등
5층 - 스탠다드 필기구, 인기 필기구, 문방구, 오피스 체어, 책상용품, 라이트
6층 - 앨범, 사진 프레임, 시니어 굿즈, 주방/다이닝 용품, 인테리어 잡화, 지구본, 북커퍼
7층 - 인감, 물감, 종이 등
8층 - 랩핑, 일본 종이, 종이 접기, 페이퍼 크래프트 등
10층 - 이벤트 강당 및 대여실
12층 - 옥상 카페
이토야의 캐치프레이즈 "하루종일 지낼 수 있는 문구점을 만들자."
이토야의 건물을 잘 둘러보시면 '정교하게 구성되어있다'거나 '매장 구성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구나'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매장은 1층부터 12층까지 이루어져있는데, 각 층마다 고유한 콘셉트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층과 2층에는 특별한 날 혹은 관혼상제에 필요한 편지지를 주로 판매하고 있는데요, "요즘 시대에 편지지 누가 사?"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아직도 편지지를 많이 주고 받습니다. 그런데, 편지지라는 것이 마음을 담아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보고 나서 사야하는, 대표적인 오프라인 상품이기도 하죠.
이토야에서는 일본의 웬만한 고급 편지지를 볼 수 있기에 편지지를 사신다면 이 곳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됩니다. 제가 간 시기는 벚꽃이 피는 시기여서 벚꽃을 형상화한 편지지가 많이 보였네요. 저도 가족에게 보내기 위해 몇 장 샀습니다.
"어떻게 해야 문구점에 사람들을 하루종일 있게 할 수 있을까?"
이토야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보통 필요한 물건만 사고 나오는 저에게도 이 곳에 가면 자연스레 이것저것 둘러보게 됩니다. 요즘 한국에 많이 생기고 있는 복합쇼핑몰(쇼핑과 레저 등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토야는 고객의 마음을 먼저 읽은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식입니다. 단순하게 메모지나 포스트잇을 팔 수도 있지만, 그 옆 매대에 '메모 잘하는 법'에 대한 책을 진열한다거나, 지갑을 파는데, 그 옆에 지갑 악세서리를 같이 팔기도 합니다.
한정된 공간에 물건을 진열할 때, 꼭 필요한 물건이지만 가격이 저렴한 물건도 어쩔 수 없이 진열을 하게 되는데, 그 옆에 물건과 관련된 굿즈를 진열합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장사 잘 하네' 였지만, 가게를 나오고 나서도 그런 공간 배치는 인상에 남게 됩니다.
학창시절에 우리나라에 있는 '핫트랙스'에 갔을 때 꼭 책이나 문구만 사지 않고 펜과 노트, 스티커, 지갑 등을 같이 산 기억이 있는데요, 이 곳도 비슷합니다.
문구점에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판다고?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토야는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추억'을 파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층을 층을 올라갈 수록 우리가 어렸을 때 썼거나,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자 했던 물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나도 어릴 때 이런 물건들을 썼었지.." 라는 생각에 잠기게 되고, 소중한 가족이나 연인과 같이 오신 분들은 본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지구본도 팔고 있네요. 꽤 오래 전부터 지구본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을 본 기억이 없는데, 마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도 받게 됩니다.
어릴 때 많이 사용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물감'입니다. 다양한 색깔중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죠. 그것이 창의력의 바탕이 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창의력과 나만의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 창구는 줄어들게 됩니다.
이토야에 와서 수 많은 색상으로 나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내가 내 마음대로 색을 고르고나만의 것을 가져보려 했던 것이 언제쯤이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10-20년 전에 도쿄에 놀러올 때 꼭 방문해야 했던 곳 중 하나가 '도큐핸즈'라는 팬시 문구점이었는데요, 이제는 이토야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도 단순히 귀엽고 팬시한 문구는 도큐핸즈, 로프트 등의 문구점에서 팔고 있지만, 이토야는 그것에 더해 '추억'까지 파는 문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주쿠와 이케부쿠로에도 지점이 있지만, 규모가 가장 큰 긴자 본점을 저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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