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도쿄 가이드

동양 최초의 지하철 노선 '우에노 - 아사쿠사', 100년의 역사 속에서..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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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내의 긴자선은 시부야에서 아사쿠사까지 연결하는 도쿄메트로의 황금노선 중 하나입니다. 중간에 오모테산도, 신바시, 긴자, 아키하바라, 도쿄역, 우에노 등 다수의 관광지를 지나쳐 관광객들도 한 번쯤은 타는 노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중 일부 구간이지만 도쿄메트로의 우에노에서 아사쿠사 구간이 일본 최초의 지하철 노선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27년 개통된, 동양 최초의 지하철 우에노 - 아사쿠사 구간

 

이 구간은 1927년에 개통되었으며, 일본 최초이자 동양 최초의 지하철 노선입니다. 원래는 지상에 노선이 있었으나, 1923년 관공대지진으로 기간시설이 완전히 파괴되고 난 뒤, 새로 건설할 때에 지하로 지은 것이죠. 위의 포스터는 1927년 우에노 지하철이 최초로 개통되었을 때 만들어진 포스터(복제작)입니다. 긴자선 우에노 역에서 내리신다면 이 포스터를 한 번 구경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황금 노선이라기엔 이용하기에 불편한 지점들도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에노에서 아사쿠사 노선의 플랫폼 천장 높이는 고작 2m를 넘는 수준입니다. 전광판의 높이까지 고려하면 2m보다 낮으니, 키가 2m가 되는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100년 전에 이 노선을 건설했던 사람들도 "설마, 사람 키가 2m가 넘어가겠어?" 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아사쿠사역은 연간 3천만 명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관광지이지만 엘리베이터가 플랫폼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있습니다. 카미나리몬 쪽에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카미나리몬 반대편 출구로 가고 싶으신 분들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낑낑 올라야 합니다. 주변 건축물 때문인지, 지형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세계적인 관광지 치고 이래저래 불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 곳이 아사쿠사입니다. 심지어 한 출구는 3천만 명이 찾아오는 역 치고는 지하 땅굴 들어가는 듯한 이미지를 풍기는 옛 모습의 출구가 지금까지도 남아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아사쿠사 바로 옆인 '다와라마치'(田原町)라는 동네인데요, 이 곳 역시 동양 최초의 지하철 노선 중 한 곳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실을 이 동네에 산 지 1년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노선이라면 승차감이 불편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전철 승차감이 아주 편해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 우에노 역에 적혀있는 설명을 보고 알게 되었죠.

 

 

그 뒤로, 긴자선 지하철을 탈 때마다 

 

"100년 전 이 지하철을 탔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됩니다. 지금은 도쿄의 인기 관광지 중 한 곳인 아사쿠사로 가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선인데, 처음 이 노선이 개통되었을 당시부터 관광객 수송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주된 이용자는 변하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그 사이 일본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 이후 버블 시기 돌입, 동일본대지진, 그 뒤에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스카이트리'가 아사쿠사역 바로 옆에 지어지기도 했지요. 

 

사람들의 생각, 사고방식도 100년 전에 비하면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은 지하철을 아침에 타면 향수와 화장품, 은은한 커피냄새가 나고, 저녁에  타면 땀 냄새와 약한 술 냄새가 풍기는데, 100년 전에도 비슷한 냄새가 났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지하철이 지어지고 1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어쩌면 그대로이지 않을까요? 

 

 

우에노, 아사쿠사 지역이 2차 세계대전과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도쿄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살면서 '도쿄 최초', '일본 최초'의 타이틀을 가진 곳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신주쿠와 시부야가 아닌 이 곳에 어쩌다 살게 되면서 직접 눈으로 보는 역사의 흔적이 늘 볼 때 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줍니다.

 

도쿄의 긴자선을 타게 되신다면 우에노와 아사쿠사 구간에서 100년의 역사에 몸을 실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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