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도쿄 가이드

투박하고 거친 매력, 도쿄의 진짜 츠케멘을 찾아서.. (맛집 추천)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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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만 있는 먹을거리를 맛 보고 싶은 것은 누구나 드는 생각일 것입니다. 가능한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 바로 먹거리 체험이기 때문이죠, 일본을 가면 꼭 먹어야한다는 스시, 돈가츠, 우동, 라면.. 등등이 있을텐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 '츠케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츠케멘은 무슨 뜻일까요?

츠케멘은 漬ける(츠케루 : 담그다)+麺(면)의 합성어로 담그어 먹는 면, 소위 면을 국물에 찍어먹는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의미가 굉장히 직설적이죠, 마치 우리나라의 비빔밥 (비비다 + 밥) 처럼 말이죠.

 

저는 도쿄에 살기 전까지 일본을 세 번이나 놀러왔지만, 츠케멘이라는 것이 있는줄도 몰랐습니다. 일본에 살게 되면서 알게 되었죠. 그러면 왜 굳이 면을 국물에 찍어먹을까요? 위키백과를 찾아보면 이러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1년 일본 도쿄의 유명한 라면 전문점인 다이쇼킨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야마기시 가즈오(1935-2015)가 만들었다. 1961년에 야마기시는 '차가운 소바와 찍어먹는 스프'라는 뜻의 "특별한 모리소바"라는 이름으로 식당의 메뉴에 이 음식을 추가했다. 그 당시에는 한 그릇에 40엔이었고, 타이쇼켄 레스토랑에서 유명한 메뉴가 되었다. 쓰케멘은 많은 사랑을 받아 도쿄와 일본 전역에서 매우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고, 쓰케멘만 전문적으로 파는 음식점들도 등장하게 되었다."

 

몰랐는데, 츠케멘의 발상지가 도쿄였으며 그 역사도 크게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가설로는 라면집 주방에서 남는 재료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츠케멘 형식으로 판매하였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치는 않습니다.


츠케멘의 매력 1. 먹는 방식

츠케멘은 국물 라면처럼 뜨거운 스프에 면이 담그어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먹기 쉽습니다. 차가운 면을 뜨거운 국물에 찍어 먹으면 면의 온도가 낮아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저마다의 이유로) 식당에 짧게 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직장인이 있겠구요, 일반적인 츠케멘은 면발이 굵다보니 소화기능이 비교적 괜찮은 남성 층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미지로만 따지면 우리나라의 돈까스, 제육볶음과 같은 이미지일 수 있겠습니다.

 

 

츠케멘의 매력 2. 인심 좋은 면발 

츠케멘의 면발은 대부분 굵은 편에 속합니다. 후쿠오카식 돈코츠라멘을 대표하는 이치란 라면의 면발과 비교해보면 몇 배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밀가루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또한, 지금은 그 추세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만, 츠케멘을 시킬 때 소 / 중 / 대 / 곱배기 등 면의 양을 추가요금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일반 면의 양의 5배까지 무료로 주는 곳도 있으니 가성비 한 끼를 챙기고자 하는 남성층에게 인기가 많은 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지금은 재료값 인상으로 면 추가는 요금을 받고 하는 곳도 늘어났습니다만, 아직도 일부 지점은 면(麺)의 인심이 좋아도 할 수 있습니다. 

 * 단, 면 추가는 주문시에만 적용 됨. 주문 후 무료 추가는 불가

 

 

츠케멘의 매력 3. 농후한 스프, 그리고 스프와리(육수추가)

처음 츠케멘이라는 음식을 시켰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 입 집어먹고 든 생각

"어우 짜, 왜 이렇게 짜? 이렇게 짠 걸 어떻게 먹어?"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가이드 고객분들과 도쿄의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면 '츠케멘은 너무 짜서 입맛에 잘 안 맞더라'라는 의견도 왕왕 들려옵니다. 공감합니다. 츠케멘을 접한 이후로 장수대국인 일본이 왜 당뇨병 발병률이 높은지에 대해 종종 '츠케멘 때문이다'라는 말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이런데서도 결국 적응의 동물을 입증하는 것이, 몇 번 먹다보니 투박하고 짭짤한 맛이 입맛에 맞아 자주 찾게 되었고, 저도 처음에는 이런 음식 다시는 먹지 않겠다 했지만, 지금은 도쿄의 여러 츠케멘 집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츠케멘을 먹었을 때 충격은 마치 일본 관광객이 한국의 불맛 제육볶음 먹을 때 느끼는 매운 맛의 충격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도 도처에 있는 것이 매운 음식이기에 외국인이 맵다고 하는 것을 잘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일본사람 입장에서 짠 맛이 우리나라의 매운 맛과 받아들이는 느낌이 비슷해보입니다. 

 

이러한 츠케멘의 짠 맛을 중화시키는 것이 바로 '스프와리'입니다. 스프 + 와리(섞다)의 의미로 육수추가와 비슷한 뜻입니다. 보통은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스프와리'를 주문해 맑은 국물로 입가심을 하지만, 한 입 먹어보고 "도저히 짜서 못 먹겠다" 하시는 분들은, 먼저 스프와리를 요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굳이 입 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도 고역지이요.

 

일본어로는 "스프와리 오네가이시마스" (スープ割おねがいします = 육수추가 부탁합니다) 라고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츠케멘은 보통 생선 분말 육수로 많이 만듭니다만, 꼭 생선 육수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게마다 육수와 면발에 대한 고집이 있는데, 발상지가 도쿄인 만큼 도쿄에 맛있는 츠케멘 집이 많은 편입니다. 일본 지방에서 놀러온 친구들도 도쿄에 오면 '몬자야끼'와 '츠케멘'을 먹어보고 싶다고 할 정도니 말이죠. 

 

아래에서는 제가 가 본 츠케멘 집 중 괜찮은 맛집을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도쿄 츠케멘 맛집 추천

 

맛집 네비게이터 한국 관광객의 부동의 인기를 얻고 있는 '후운지' 

 

포털사이트에 '도쿄 츠케멘 맛집'을 검색하면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후운지입니다. 일본 친구들도 맛있다고 할 정도로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집입니다. 굵은 면발과 농후한 스프가 츠케멘의 본질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곳이 가장 국물이 짰습니다. 처음 먹었을 때 받았던 머릿속 나트륨 충격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시부야가 본점이며 가본 적은 없지만 늘 웨이팅이 1시간을 넘어간다는 후기가 있습니다. 

 

 

저는 도쿄역 라면 요코초 지점만 가보았는데, 식사시간만 아니라면 거의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구글맵에 한글로 '후운지'라고 치면 시부야지점밖에 안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가신다면 괜히 시부야 가서 한 시간 기다리지 마시고 도쿄역으로 가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선 육수와 산초의 특별한 조화, 로쿠린샤

 

로쿠린샤는 후운지보다는 마일드한 육수에 '특제 산초'가 특징인 곳입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육수 내에 고기와 멘마(채소)도 섭섭치 않게 들어가있어 산초 특유의 시큼한 맛이 생각날 때 가는 곳입니다. 이 곳도 한국인과 일본인 등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곳이라 도쿄 곳곳에 지점이 있습니다. 구글맵에 (六厘舎) 라고 검색하시고 주변에 있는 곳으로 가셔도 됩니다. 아키하바라, 하네다공항, 스카이트리 등 관광객이 갈 만한 곳이면 있는 편입니다.

 

 

가장 유명한 지점은 도쿄역 라면 스트리트에 있는 곳입니다만, 이 곳도 식사시간이 아닐 때에도 약 20-30분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식사시간에 가면 웨이팅이 더하겠죠?

 

 

저는 집 근처인 우에노 지점으로 갑니다만, 맛은 어디나 다 똑같기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매콤한 생선육수의 매력 츠케멘 야스베

 

육수가 매콤한 편이기에 개인적으로 한국사람의 입맛과 가장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 츠케멘입니다. 일본 친구들도 '야스베는 특히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야스베의 레시피와 상호까지 그대로 따라한 츠케멘집이 생겼다가 일본 야스베로부터 고소를 당할 뻔한 적이 있다고 하죠. (실제로 당했을지도..)

 

츠케멘은 꼭 한 번 시도해보고 싶지만, 짠 육수가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저는 아키하바라 지점을 갔지만, 신주쿠와 시부야에도 지점이 있습니다.

 

 

 

이케부쿠로와 다카다노바바 등 현지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도 지점이 있기에 구글맵에 (つけ麺屋やすべえ)라고 검색하시고 가까운 곳으로 가셔도 됩니다.

 


간결하면서도 투박한 츠케멘, 츠지타(つじ田)

 

생선 육수의 향이 조금 강한 츠케멘입니다. 면을 직접 만들고 라임까지 기본으로 곁들여주어 시큼한 면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곳은 지점이 아키하바라에만 있습니다. 대로변도 아닌 골목에 있는데 식사시간만 되면 현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츠케멘 자체가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회전율이 좋아 오래 기다리지는 않게 되지만, 아키하바라에 츠케멘 집이 비교적 많다는 것은 이 곳을 주로 다니는 사람들이 직장인과 애니메이션 애호가인 투박하고 가성비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남성층이 많아서 그런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각 지점마다 다른 특제메뉴를 제공하는 멘야무사시

 

 

멘야무사시라는 집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 곳은 면에 큼지막하게 썬 고기를 기본으로 얹어줍니다. 육수도 제법 짠 편에 속하죠. 한국 분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신주쿠나 시부야에 가시면 줄을 길게 선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도쿄 곳곳에 지점이 있어 구글맵에 (つけ麺屋麺屋武蔵)라고 검색하시면 번화가에는 지점이 하나씩 있습니다. 

 

 

저는 주로 오카치마치점을 가서 이 곳의 링크를 올려봅니다. 

 


이렇게 츠케멘의 역사와 매력, 도쿄 곳곳에 있는 추천 맛집까지 소개해드렸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모습에 낯설기만 했던 츠케멘에 대한 인상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오기를 바라고, 도쿄의 식도락 투어에 하나의 선택지로 추가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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