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은 서울과 비슷하게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형태이고, 그 주변에 고층빌딩이 늘어져있다.
고층빌딩과 그 앞의 강은 서울에서도 많이 보던 풍경인데, 워낙에 오랜만에 보아서 그런지 고층빌딩들을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시절 친구들이랑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 놀러갔을 때가 생각났다.
나는 호주의 도시에 오면 하고싶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도심가의 카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셔보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에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위해 매일같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여유로웁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싶었다. 또 호주의 커피맛이 궁금했다.
호주인의 커피사랑은 대단하다. 원두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맛을 내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별로 없다.
커피를 주문하는 호주인들을 보면 주문의 내용이 디테일하다. 다들 본인만의 커피를 마시는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브리즈번 중심가에 가서 프랜차이즈 커피샵이 아닌 로컬커피샵에 가고싶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하고 브리즈번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중시가
근처에 분위기가 괜찮다는 카페가 있다는 추천을 받고 그 카페를 찾아갔다.
“이쯤 어딘가에 있을텐데…??” 주소가 적힌곳에 도착했는데도 카페는 보이지 않았다.
건물 주위를 빙 둘러보고, 건물 안으로 갔는데도 보이지 않았다.
주소가 잘못적힌줄 알고 가려고했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 사람 몇 명만이 지나갈 수 있을정도로 좁은 길 안쪽에 테이블이 놓여져 있는걸 보았다.
직감적으로 이 곳이 지인이 알려준 카페인걸 알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건물 구석진 곳에 카페가 있었고, 카페 안쪽엔 10명정도만 앉을 수 있고 바깥쪽엔 4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그냥 지나치면서 보기엔 힘든 카페였다. 들어가서 오늘 아메리카노를 달라고했는데, 어떤 원두로 할 건지 물어보았다.
난 원두는 잘 모르기에 그냥 가장 인기있는 원두로 달라고했더니,
당일 로스팅한 원두가 가장 인기있다고해 그렇게 커피를 달라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한 10분정도 기다린 뒤, 커피가 나왔다.
그런데 커피잔이 내 엄지손가락만했다. 알고보니 내가 에스프레소를 시킨 것.
서울에서도 아메리카노를 에스프레소로 잘못 주문해서 커피의 쓴맛을 본적이 있기에 맛은 없을 것 같았지만
일단 주문을 잘못했고 주문된 커피가 나왔으니 그냥 마셨다.
한 입 마시고나서 표정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급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물을 한 컵 달라고하고 들고나왔다.
테이블로 돌아와 물을 한 입 마시고 다시 남아있는 에스프레소를 한 입 마셨다.
물로 입안을 헹구고 먹으니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기가 입안에 스르르 퍼졌다. 이게 에스프레소의 매력인가 싶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를 다 마신 뒤 의자에 앉아 건물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건물 바깥엔 중심가도로가 있는데, 그 곳에는 쉴 새 없이 버스와 차량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은 저마다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때는 12시라 점심시간이었는데, 많은 직장인들이 샐러드나 도시락을 들고있었다.
비록 커피 주문은 내가 원하던거랑 다르게 나왔지만 바쁜 도심 속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도시에서 살 때 느낄 수 있는 매력은 이런거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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