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워홀생활/QLD

호주가 바꿔준 내 모습_스스로 요리하기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18. 1.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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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주오기전 한국에서 자취를 했었다.


흔히 자취생하면, 간단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자취생 전매특허 레시피가 하나씩 있긴 마련이나,


나는 그조차도 없었다.




심지어 라면에 물을 맞추는 감도 없어 항상 계량기를 이용했었다.


"물은 이정도면 됬으려나...??"


"라면 중간에 대파를 넣으면 칼칼한 맛이 난다는데, 이 쯤 넣으면 되나..??"


하면 결과는 모두 실패.




그렇게 나는 먹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본 적은 거의 없고, 항상 사먹었었다.


사먹는 것 보단, 직접 신선한 재료를 사서 만들어먹는게 건강에 좋다는걸 알고는 있지만,


잘 만들지도 못하고, 맨날 사먹다보니, 

요리는 만들어먹는 것이 아니라 사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새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이유같지않은 이유를 하나 더 대자면, 


우리나라 식재료값이 워낙에 비싸서 사먹는 것이나 만들어먹는 것이나, 

큰 차이도 없지 않나?



재료를 사서 만드는 동안 드는 시간과 설거지하는데 드는 시간 등을 계산해보면


사먹는게 차라리 낫다고 자기합리화를 시키며 항상 사먹었었다.





그러나, 호주에서의 상황은 달랐다.


시급은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데도, 자원이 풍부해 식재료값도 우리나라랑 비슷하고


시급이 높아서, 사람의 손을 거치는 것들은 전부다 비쌌다.


패스트푸드점을 가서 가장 저렴한 세트를 시켜도 기본 10달러(약 9천원)이라,


돈 저축을 위해서라도, 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만들어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무얼 만들지?"




간장이 어디에 쓰이는지, 설탕이 요리에 쓰이는지조차도 몰랐던 내가


살기 위해서 시도했던 첫 음식은 유부초밥이었다.





유부초밥은 간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비닐장갑만 끼고, 밥에다 기름, 고명 비스무리한 것을 섞고 난 뒤, 유부에만 넣으면 되니 말이다.


그런데 처음엔 이조차도 만들기 귀찮아, 그냥 유부초밥피를 밥에 넣어서 으깨먹고싶었다.




그러기엔 앞으로 내가 호주에서 혼자 밥을 해먹고 살아가야 할 날이 많기 때문에..


유부초밥피에 밥 넣는걸 귀찮다고 했다간 앞으로 내가 어떻게 먹고지낼지 모습이 뻔히 보였기 때문에


밥을 돌돌 말고, 초밥 피 안에 하나씩 하나씩 말은 밥을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리를 하고나서, 먹어보니, 어릴적 먹었던 유부초밥의 맛이 났다.


유부초밥의 맛은 그때나 지금이나 당연히 변하지 않았겠지,


변한건 내 몸과 마음뿐.



먹으면서 어릴적 소풍갈 때 항상 도시락에 넣어갔던 유부초밥이 생각났다.


그 땐,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면 먹을줄만 알았지 내가 직접 밥을 하거나 먹을 것을 만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호주에서 내가 밥을 다 만들어보네..ㅎㅎ"




그렇게, 한 번 만들어먹어보고나서, 다른 메뉴에도 천천히 관심을 가지게되고


요리레시피가 있는 어플을 다운받아 한식, 서양식 등등 다양한 요리의 레시피를 훑어보았다.






밥만 하면 되는 음식에서, 면을 끓이고 마트에서 파는 소스를 넣고, 볶는 것까지 해보고


그 위에 치즈를 올리니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직접 만들어보니 음식은 사먹는 것이라는 머릿속 관념도 없어지고, 


점점 더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재료만 있고, 레시피만 있다면 먹을만한 음식은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갖고 있는 간장에 마트에서 파는 대파, 당근, 양파, 마늘, 감자, 닭다리를 사서


레시피대로 조리하니 이젠 간장찜닭까지 만들 수 있게되었다.


닭다리를 그대로 넣고 끓이면 속까지 다 삶아지지 않을 것 같아, 삶는 도중 곳곳을 찢어놓으니, 골고루 잘 삶아졌다.


그렇게 한걸음, 두걸음씩 요리에 대한 지식과 감을 점점 더 머릿속에 쌓아놓으니



주방에서 요리하는 친구들의 음식을 맛보면서, 


"이 음식에 무슨 소스를 썼어?" 


"여기 무슨 재료를 넣었어?"


요리에 대해 점점 더 알고싶어졌다.




요리를 잘하는 중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고기의 굽기도 배워보기도 했다.


고기라고 하면, 무한리필 고깃집에 가서 바싹 구워먹는 고기만 알고있었는데,


직접은 아니고 도움을 받았지만 이렇게 내 손으로 다양한 굽기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이제 요리에 대한 내 생각은 한국에 있을때와 완전히 달라진다.





포트락 파티 (pot-luck party)라는 것이 있다.


각자 집에서 한 요리를 가져와 한 곳에 모여서 먹는건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나만의 요리를 준비했었어야하는 적이 있었다.


그 땐, 메뉴를 무슨메뉴로 할지,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어할지.. 


속으로 고민도 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누구한테 주어도 좋아할 요리정도는 만들 줄 안다.





내가 만든 요리를 찍고있자니, 한국에서의 내 모습이 지금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그냥, 이마트에서 재료 몇 개 사서 레시피만 보고 따라해도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데, 

왜 그 땐 '나는 요리를 못한다'는 관념이 있었을까??"


해보고나면 별 것 아닌데 말이다.


살기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배워야했던 요리.


지금은, 혼자 만들어먹으라고하면 맛있는 요리 하나정도 만들어먹을 수 있게되었다.


워킹홀리데이가 변화시켜준 내 모습 중 첫번째_혼자 요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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