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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생활 일기] 밥이 약이 될 때 (도쿄의 숨은 한식집)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25.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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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구내염이 쉽게, 자주 나는 편이다. 구내염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번 나면 일상이 피곤해지고 쉽게 무기력해진다. 

 

어릴 때부터 이랬던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으며 아픔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달래기도 하였는데, 일본에서도 구내염이 나면 자연스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떠올리게 된다.

 

일본은 정말 음식의 천국이다. 우동, 돈가스, 스시, 오코노미야끼, 라면 등등.. 수 많은 음식이 나를 기다리고 있지만, 내가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집 근처에 있는 한식집이다. 

 

1층에 조그마하게 위치한 한식집은 테이블이 4개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하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아이돌 포스터와 조그만 티비 속에서 흘러나오는 한국 드라마, 간장과 젓갈 냄새가 발걸음 하나만으로 바다를 건넌 느낌을 들게 해준다.

 

"어? 왔어? 밥 먹으려고?" 

자주 가지는 않지만, 갈 때마다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아주머니나 시원한 보리차를 내어주신다. 입병이 날 때마다 자연스레 생각나는 맛있는 음식은 바로 바다건너 한국음식이다. 왜 하필 도쿄에서 한식을 찾게 되는걸까? 거기다 우리나라 음식은 대부분 짜고 맵고 뜨겁기 때문에 입병에 그닥 좋은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영양학적 논리만으로는 이 행동을 설명할 수 없겠지만, 내 행동을 이끌어주는 단 하나의 명제가 있다

'밥이 약이다'

 

밥이 약이라는 말을 해외에 가서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배달음식과 외식도 많이 시켜먹었지만, 이제는 한국에 잠시 귀국하면 집밥만 먹는다. 그냥 집밥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집 떠나야 집이 그리운 것 알고, 집밥이 맛있는 것 알게 된다는 명제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알맞은 명제이기도 한 것 같다. 일본 친구들도 오랜만에 고향에 갈 때 집밥 먹을 것에 기대하는 모습도 종종 본다. 

 

"비빔밥 하나 먹으려고요"

 

집에 와서 엄마에게 늘 먹었던 메뉴 달라고 하듯이, 자연스레 자리에 앉아 밥을 기다린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한국 재료를 저렴하게 들여올 수 있다. 일본 음식에는 젓갈이 많이 들어가있지 않고 맵지 않아 아쉽지만, 그것만 뺀다면 그나마 한국 본토의 맛을 가장 비슷하게 내는 나라이다. 그렇지만, 무언가 전체적으로 빠진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에서도 비빔밥용 나물과 고추장도 팔지만, 한국의 것보다 못하다. 채소도 작고 고추장도 맵지 않다. 

 

국경은 단지 지역을 나누는 하나의 경계선에 불과하다는 나의 생각도 음식 앞에서는 아무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음식에는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밥이 약이 될 때.. 더욱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솟아난다.

 


도쿄에서 찾는 우리나라의 맛 (한식 식당)

 

도쿄 사람들에게 한국음식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신오쿠보이다. 지금도 신주쿠 위 동네인 신오쿠보에 가면 한국음식점이 아주 많다. 내가 가 본 신오쿠보 음식점은 아무래도 많은 일본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해서 그런지, 한국사람의 입맛보다는 일본사람의 입맛에 맞추어져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 분이 운영하시거나 한국의 맛을 제대로 내는 집 몇 곳을 소개해드리려 한다.

 

 

아사쿠사 - 하하노코코로 

엄마마음이라는 가게의 하하노코코로는 집 바로 옆에 있어 종종 가는 식당이기도 하고, 가격이 비싸도 한식의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한국에서만 나는 재료도 빼놓지 않고 넣으신다. 삼겹살, 감자탕, 비빔밥, 국밥 등의 메뉴가 있는데 감자탕은 먹어본 적 없지만, 나머지는 정말 집에서 먹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 현금 결제만 가능, 실내 흡연 가능  

 

 

 


야나카 - 칸코쿠 쇼쿠도 찬

지금은 신오쿠보가 가장 유명한 코리아 타운이지만 원조 코리아타운은 바로 이 곳, 니시닛포리 부근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은 모양이다. 이 곳은 50년 넘게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으며, 반찬가게와 김치가게 등이 남아있다. 심지어 북한 사투리까지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마 재일 북한 동포도 계신 듯 하다. 이 곳은 한국 분이 하시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불맛이 살아있어 놀랐던 곳이다. 

"이렇게 매운데 일본 사람들도 잘 먹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곳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덜 맵게 해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나는 한국인인 것을 알았으니 먼저 "맵게 해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시기도 하셨다. 일본 사람들의 맵기 정도는 약한 편에 속하니, 맵게 해 먹으면 더 맛있다.

 

 

또한, 이 곳은 일본의 레트로한 관광지 중 하나인 야나카 긴자 시장 옆에 위치해있어 도쿄의 옛 분위기를 느끼기에도 좋은 곳이다. 

 

* 현금결제만 가능 

 

 


신오쿠보 - 토모코

신오쿠보는 일본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한식 (부대찌개, 육회, 치킨, 닭한마리, 치즈닭갈비) 등이 많이 있는 곳이나, 아무래도 일본 사람의 입맛에 맞추어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토모코는 한국의 맛과 비슷해서 놀랐는데, 이 곳은 한국 분께서 국밥을 전문으로 파는 집이다. (삼겹살 등도 있음)

 

 

부대찌개, 김치찌개 등 다양한 국밥 메뉴가 있지만 콩나물국밥을 추천한다. 일본에서 콩나물 국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굉장히 적은데, 이 곳은 내가 가서 만족한 곳 중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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