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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생활 일기] 뒤늦게 발견한 편지의 매력 (일본에서 한국으로 편지 보내는 방법)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3. 2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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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라는 구절의 노랫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 1983년에 발매된 이 노래는 전영록이라는 가수의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 라는 노래다.

 

이 노래구절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부분이 몇 군데 있는데, "사랑을 쓴다는 것"과 "연필로 쓴다"는 것이다. 가사의 내용을 보면 편지지는 한 장 밖에 없으니 혹시라도 글씨를 잘못쓰거나 틀리게 쓰면 다시 써야 하니 연필로 써야한다는 내용인데..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이 편지의 훌륭한 대체수단이 된 지금, 쓰다가 틀릴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편지가 주요한 소통의 수단이었던 수 십년 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편지를 쓰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최근에 편지를 써 본 경험이 있는가? 나는 군대 신병훈련소에 있을 때 가족에게 편지 썼던 이후로는 근 10여 년 간 편지를 쓰지 않은 것 같다.

 

100여 년 전 전보가 사회에 등장하고, 그 다음 삐삐가 등장하고, 디지털 혁명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영상통화까지 사회에 등장하자 '이제 편지의 시대는 끝났다'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편지 시장은 얼마전에 역사속으로 사라진 '전보'와는 다르게 최소한 종이라는 것이 남아있는 한 살아남겠다고 볼 수는 있다. 

 

 

나는 도쿄에 살면서 편지에 매력을 느끼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보내는 것(송신)과 받는 것(수신)에 시차가 있다.

그 많은 통신회사가 0.1초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하는 것에 대비해 너무나도 여유롭게 반대편에 서 있다. 

 

2. 소통수단이 비대면이어서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더욱 진솔히 쓸 수 있다.

영상통화는 사실상 대면이고 문자메시지도 실시간으로 송/수신의 기록과 심지어 수신확인까지 할 수 있으나, 편지는 내 마음을 담는데 충분한 시간을 투입할 수 있어 더욱 진솔한 마음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3. 편지지를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것 역시 초록색, 하얀색, 파란색, 노란색 박스 안에 담겨있는 문자메시지는 담지 못하는 편지만의 매력이다.

 

이렇듯, 편지만이 가진 특징을 잘 활용하면 내 의견과 마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해외 친구들과의 소통이다. 외국에서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편지로 그 관계를 유지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본에 살면서 생기게 된 취미 중 하나가 바로 편지를 쓰는 것이다. 쉬는 날, 이토야를 비롯한 문구점에 가서 편지지를 구입한 뒤 동네카페에 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거나 우체국에 가져가서 접수를 한다. 

 

 

[도쿄 긴자 여행] 이토야(itoya)에서 파는 것은 문구뿐만이 아니다

도쿄 여행 시 지역을 나누어서 코스를 계획할 때 긴자는 명품 상점이 많은 거리로 분류하고 쇼핑을 위해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 않더라도 긴자는 오랜 역사가 담긴 공간이

rerealization.tistory.com

 * (참고) 이전에 쓴 이토야 방문 리뷰 글

 

아직까지 일본에는 다양한 편지지가 많다. 우리나라도 찾아보면 많지만 역시 외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편지지는 그 자체로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 일본에서 한국으로 편지 보내는 방법.

먼저 편지를 작성한 뒤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만 잘 적으면 되는데,

보내는 사람은 'from'과 함께 영어 혹은 일본어로 적고

받는 사람은 'to'와 함께 영어 혹은 한국어로 적어도 된다. (개인적으로 한국어로 적어서 보내야 우체부 기사님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 해서 한국어로 적는다). 거기에 국제우편이기 때문에 'korea'도 적어야 한다. (korea만큼은 영어로 적어야 한다)

 

또한 'via air mail'이라는 표시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국제 우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체통에 넣는다면 직접 손으로 적어야 하고, 우체국에 가서 접수한다면 접수원이 'air mail'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주신다. 

 

우체국에 가서 "international letter"라고 이야기하면 우표를 부쳐주는데, 우표값은 편지지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120엔이다. 그 말은 120엔짜리 이상의 우표만 붙이고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주소만 잘 썼다면 우체통에 넣어도 상관은 없다는 뜻이다. 

 

 

 

 

우체통에 넣을 때에는 사진에 왼쪽에 보이는 작은 칸에 넣으면 된다. 오른쪽 큰 칸은 짐 부치는 용이다. 나는 운이 좋게 집 바로 앞에 우체국이 있어 산책할 겸 우체국까지 가서 접수를 한다. 우체국은 사적 이익보다 공적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판매하는 지역 특산물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있기 때문이다. 

대만 친구가 보내준 편지

 

 

이 모든 귀찮은 과정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일상적인 소통 방식이었다. 불과 100년 만에 이 모든 과정을 휴대폰 하나로 할 수 있게 된 것에 놀라우면서도 때로는 100년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기도 하다.

 

이제는 굉장히 비일상적인 소통 행위가 된 '편지 보내기'이기에 품도 많이 들어가고 집중력도 많이 요구되는 꽤나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일상적 행위들이 휴식 혹은 여유시간을 의미있게 채워준다고 생각하고 난 뒤, 편지를 쓰는 것도 재미있는 여가 활동으로서 즐기고 있는 중이다. 

 

매 쉬는 날 마다 '오늘은 뭐할까?' 하고 고민하다 결국 하루종일 누워만 있거나, (밀렸다고 생각한) 유튜브 쇼츠를 보는 것 등 예상 가능한 흥미를 유발하는 행동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도 도모하고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편지쓰기'가 훌륭한 여가의 수단, 나아가 취미생활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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