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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기] 외국생활에서 가장 귀찮은 일, 머리 자르러 미용실 가기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4. 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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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거주할 때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을 꼽으라고 하면 행정 서비스를 받을 때를 떠올리곤 하지만, 나는 미용실을 가야할 때 가끔 한국이 그리워진다. 외국에 살 때 의외로 귀찮은 일 중 하나가 바로 미용실에 가는 일이다.

 

현지 미용실에 가서 대충 자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국인으로서 현지 미용실에 부담 없이 가기에 몇 가지 걸림돌이 있는데..

첫 번째는 머리의 세세한 부위를 외국어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머리는 눈썹에 살짝 걸치게 해주세요, 옆머리는 6mm로 잘라주시구요, 기장은 지금 보다 조금만 짧아도 괜찮은데, 숯을 좀 치고 싶어요, 구레나룻은 여기까지 남겨주세요."

라는 말을 어떻게 일본어로 할 수 있을까? 한국어로 이야기해도 이해하기에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나는 사실 세세한 요구사항 없이 그냥 대충 깔끔하게만 잘라달라고 하는 스타일인데, 외국어 실력과 별개로 그 나라에서 통용되는 '기준' 혹은 '잣대'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에서 '대충 잘라주세요' 라는 요구사항이 외국에서도 동일한 뉘앙스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충 잘라달라고 했는데, 정말 대충 잘라주면 어쩔 것인가? 특히나 헤어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확 변신하는 나는 가급적이면 실패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두 번째는 그렇게 전문용어를 알고 현지인의 기준까지 파악하더라도 결과물에는 차이가 없으나 가격은 한인 미용실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이건 호주와 일본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여행객도 해외에서 쉽게 시도해보지 않는 것이 바로 현지 미용실에 가는 것이다. 자칫 소통에 오류가 발생해 원하는 헤어스타일이 나오지 않으면 사진도 잘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호주에 있었을 때도 그러하였고, 도쿄에 있을 때도 그러한데, 고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미용실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 같다. 베트남 친구, 중국 친구에게 머리 어디서 잘랐냐고 물어보면 전부 고국의 동포가 영업하는 미용실에서 잘랐다고 한다. 그 말인 즉슨 우리나라에서도 정착하고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용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호주에서는 시골지역만 돌아다녔고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바리깡과 가위 하나만 들고 다녔다. 이제 와서 그 때 사진을 들춰보면 5년 전인 그 때 모습이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인다. 그만큼 나는 헤어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확연히 다르게 보이는 타입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으니 호주에 있었을 때 처럼 비대칭 구레나룻에 이등병 머리로만 있을 수는 없다. 결국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문제없이 구현해줄 수 있는 한인 미용실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일본의 컷트 시세인 4-5천엔보다 저렴한 3천엔에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났다. 이제 일본과 한국은 실질 급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생활 물가와 세금 등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한국에서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이제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사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 손을 거치는 서비스 가격이 한국이 일본보다 저렴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말은 거꾸로 해석하면 미용업에 종사하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시장에는 수요공급 법칙이라는 것이 있기에, 한국인 서비스업 종사자가 무조건 불리한 처우에 놓여있다고 하려는 말은 아니다. 단순히 업종을 벗어나 한국에서는 인구당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근 몇 년간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람 손을 타는 서비스 (음식점, 미용업, 전자기기 설치 및 수리업 등)의 가격이 저렴하다.

 

 

얼마전에 내가 자주 다니는 한인 미용실의 커트 가격이 2천엔에서 3천엔으로 올랐다.

"물가가 다 올라서.. 저희도 안 올릴수가 없었어요. 죄송해요"

라는 사장님의 말에, 괜히 감정적으로 반응해

 

"괜찮아요, 다른 미용실은 여기에 두 배인데, 지금까지 너무 적게 받으셨던거 아니에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거잖아요" 라고 대답했다. 

 

외국에 살면서 한국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던 '저렴한 서비스 비용'이 사실은 그들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런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규모 자영업의 경우 영업 비용에서 본사와 수익을 나누지도 않고, 영업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전부 지는 위험에 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나는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들이 그들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지금보다 조금은 더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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