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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본 사람들과 친구가 되기 어려운 이유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24. 5. 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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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 예능의 한 장면이 있다. 일본 출신 가수로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을 시작으로 친구가 되어, 본인 결혼식에까지 초대한 장면이다. 그 장면이 설정인지 진짜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친화력을 카메라 앞에서 뽐낼 수 있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연예인, 일본에서는 어떻게 저 끼를 숨기고 살았을까?"

 

물론 일본에서도 같은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을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리다 보면,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예전보다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만, 술집 같은 곳에서는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술 한 두 잔 걸치다 보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장면은 아직까지는 어색하지 않은 광경이다. 

 

심지어 좋지 않은 일로 첫만남이 이루어지더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 오해가 풀리고 깊었던 감정의 골만큼 깊은 우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는 것도 드라마 속 일은 아니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 특히 도쿄에서는 낯선 사람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 참 어렵다.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당연히 국가, 도시, 사람들마다 상황에 따른 차이가 있기에 100% 나의 말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일본의 관계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더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구역을 침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분쟁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속에서 겉모습과 속마음의 뜻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회이기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외국에서 온 나의 입장이고, 또 일본 현지인의 생각은 다를 수 있기에 내 주위에 있는 일본인 친구 세 명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일본에서 친구 사귀는 게 어떻게 생각해? 나는 다른 나라보다 어렵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는거야"

 

세 명의 인터뷰이(일본인)들은 하나같이 "(다른 나라보다) 조금 힘들지 않을까?" 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일본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친구 A :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하고 속마음이 다를 수 있으니까,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공감한다. 나도 친하다고 생각하는 일본인 친구가 있지만, 한국인 친구를 대할 때 처럼 했다가는 다시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느낀다. 특히 갑자기 약속을 잡을 때 그런데, 한국이라면 문득 전화를 걸거나 카톡을 보내서 

 

"지금 뭐해? 심심하면 술이나 한 잔 하러 가자!" 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나오는 것이고, 안 되면 거절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렇지만, 일본에서의 친구관계는 조금 다르다. 일단 전화를 잘 지 않는다. 상대방이 바쁜 일 중일 때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당일 약속은 더더욱 하지 않는 편인데, 우리나라라면 스케줄이 안 된다면 거절하면 그만이지만, 일본 친구관계에서는 내가 상대방에게 거절해야 할 상황을 만드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는데 그렇게까지 신경써야 해?" 라고 생각했지만, 나도 친해질 수 있었던 몇 명의 일본친구와 멀어지고 나서야 그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일본 친구와 만나면 만날수록 상대방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더욱 모르게 되는 것 같다. 특별한 갈등이 없다면 만나는 시간과 사이가 정비례하듯이 깊어지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시간을 길게 두고 만난다고 그 만큼 사이가 깊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유튜브에서 카메라를 켜놓고 일본인과 금세 친구가 되는 컨텐츠를 촬영하는 유튜버를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와 동시에 저 카메라에 비추어지는 일본사람은 혹시 불편한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 번은 감기에 걸렸다고 하는 친한 친구에게 죽을 보내야 하나, 음료수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야 하나 싶다가, 문득 도쿄의 친구는 어떻게 할까? 하는 마음에 이렇게 물어봤다.
"일본 친구라면 그냥 "몸 조심해~"라고 하고 끝내는 거 아니야? 하하" 

 

그랬더니, 돌아온 답변이 꽤 충격이었다.

친구 B : "그러게, 진짜 걱정하는게 아닐수도 있으니까 하하"

 

나는 단지 말로만 위로하고 끝내냐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친구는 그 말 자체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흔한 외국인과의 대화 커뮤니케이션 미스라고 하기엔 지금까지도 충격적인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겉으로 솔직하지 않은 대화문화는 일본에 대한 컨텐츠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대충 짐작은 하고 있겠지만, 실제로 마주해보면 흥미를 주는 부분부터 충격을 안겨다주는 부분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러한 일들 모두 '나'라는 존재로부터 바라본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인식이기에 이것이 모두 다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 그냥 내가 한국에서도 친구들을 대할 때도 꽤나 무례했던 타입일 수도 있다. 인간의 성격 자체를 스테레오타입화 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꽤나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문화권의 사람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그 인상이 더욱 크게 남는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김치전과 오꼬노미야끼의 차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들어가는 재료는 다르지만, 둘 다 기름에 부치는 전 종류라는 점에 의미를 두어 대동소이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김치전과 오꼬노미야끼는 기름에 부치는 밀가루 요리라는 점을 제외하면 들어가는 재료가 겹치는 것이 없다. 

 

일본과 한국은 대동소이 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대동에서 소이의 부분이 더욱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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