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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이 숨겨놓은 보물, 그레이트 오션로드

도쿄 게스트하우스 알바생 2019. 5. 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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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에 갔다면 추천하는 코스가 몇 군데 있다. 몇 군데의 추천코스중 나는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갔다오기로 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멜버른 도시에서 왕복 600km가 넘는 거리이지만 그 곳에만 있는 풍경은 하루, 혹은 이틀을 투자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도로의 길이도 긴 해안도로중 하나이다.

 

특정한 지역을 가르키는 것이 아닌 빅토리아주 남부에 있는 약 250km의 해안도로를 통칭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라면 특히나 죽기전에 가봐야 할 세계의 관광지 100곳 중 한 군데에서 봤을 법한 곳이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라고 할까??"

"지역 관광청에서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이렇게 자극적인(?) 말을 한 것이 아닐까?"

 

기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가보기로 했다.

그레이트오션로드를 가는 버스는 아침 일찍부터 멜버른에서 출발한다. 멜버른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그런 것도 있지만 그레이트오션로드라는 곳 자체가 규모가 워낙에 커 짧은 시간에는 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 햇살에 눈을 비비며, 가방 안에는 전날 싸놓은 샌드위치를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당일투어로 그레이트 오션로드에 가는 버스는 보통 25인승에서 40인승으로 여행객들을 실어나르는데,

이날 내가 타게 된 버스는 25인승 버스였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입구에는 그레이트오션로드에 대한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도시와 도시 사이를 연결하려면 가장 짧은거리에 가장 안전한 곳에 도로를 놓아야 하는데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해안가에 도로가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항상 낙석의 위험이 있어 보수공사를 자주 진행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곳에 도로를 놓게 되었을까?

바로 관광산업의 발전 + 당시 노동을 통한 임금이 필요했던 주민들 때문이었다.

 

당시 세계 1차대전중에 호주에 사는 남자들이 전쟁터에 갔을 때는 남자들의 일을 여자들이 대신했으나,

전쟁이 끝나고 남자들이 돌아오고났지만, 여자들은 계속 일을 하기 원해 남자들이 해야 할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 Geelong시 총독이 생각해낸 방법이 그레이트 오션로드 건설이다.

명분은 1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는 마음으로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였으리라..

 

한가지 신기한 것은, 이 모든 작업들을 발파와 육체노동으로 했다는 것이다.

1930년대에는 산업화의 진행으로 인해 충분히 기계를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진행되었다는 것..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가는 길의 중간에 우리는 아이스크림집에 들렀는데, 호주 아이스크림 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우승의 그랑프리를 차지한 집의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이름은 'Dooley's Ice Cream'.

구글 지도에 치면 나온다

 

맛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커피, 블랙베리, 호주의 유명한 잼 등등 우리나라에선 먹어보기 힘든 것들로 가득하다. 

 

애초에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이 우유에 설탕을 넣은 것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맛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처럼 쿠키나 아몬드 등등의 첨가물(?)이 없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한 컵에 4.5달러였으니.. 약 4천원 돈이다. 그래도 먹지 않고 지나치면 후회할 맛이니 들어가서 꼭 한 컵씩 들고 먹어보자.

 

글을 쓰다보니 홍보하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만큼 값을 하고 맛있기 때문.

 

멜버른을 떠나 밥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약 4-5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하이라이트인

12사도상 (twelve apostles) 정식 명칭은 12사도상 국립공원이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렬한 바람으로 인한 침식작용의 결과이다.

 

12사도상 국립공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눈 앞에 보이는 수 백만년의 역사를 가진 지질학 교과서'이다.

 

12사도상은 마치 12개의 바위가 예수의 12제자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바위들의 이름은 12사도가 아니었고,

처음 이 곳을 발견한 사람은 이 곳의 이름은 '소와 새끼돼지 (Cow and Piglet)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것 처럼 Geelong시의 총독이 남성을 동원해 이 곳에 해안도로를 건설하고 관광객을 모집하기 위해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꾼 것이 12사도상이다.

 

호주는 왠만하면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나 처음 발견한 사람이 붙여준 이름을 쓰지만 소와 새끼돼지는 정말 매력이 떨어지는 이름이었나보다.

 

그래도 효과가 있는 것일까? 현재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연 방문객 200만명이 넘어가는 호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 했다.

 

 

한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12사도상이라고 해서 12개의 독립된 바위가 있지 않다는 것.

지금 내가 보는 침식작용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지금은 바위가 8개만 남아있다.

 

가장 최근에 무너진 것은 2005년이고, 지질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50년에서 500년 사이에 한 개의 바위가 더 무너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뿐만 아니라 그를 제외한 7개의 바위도 수 십만년, 수 백만년 뒤에는 언젠가 무너질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 인간이 먼저 없어질지도 모르겠지만..)

12사도 국립공원 밑에는 깁슨 해변 (Gibson Beach)가 있다.

 

항상 12사도상의 바위를 볼 때는 이미지상으로는 위에서만 봤는데, 아래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미지가 위에서 보는 것에는 그 것이 더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아래서 보는 바위는 그닥 위엄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사진으로 잘 볼 수 없으니

 

아래서 보는 12사도상도 눈에 담아두자.

 

사진에 보이는 절벽의 층이 다른 이유가 바로 퇴적작용 때문이다. 수 백만년의 자연의 섭리를 눈 앞에서 보는 것이다. 바람으로 인해 절벽은 소멸은 진행하고 있지만, 원래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 아닐까?

 

절벽은 지금도 연 2cm가량 침식작용을 해 퇴각되고 있다.

그 말은, 지금은 12사도상처럼 큰 높이의 바위는 아니지만, 또 오랜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바위가 절벽에서 떨어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깁슨 해변에 내려갈 때 주의할점은, 절벽을 깎아내릴 듯한 엄청난 바람이 나한테도 불어온다는 것이다.

내려가자마자 온 몸을 흔들어 놓는 바람은 이 곳이 살아가기에 극한의 환경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모래바람이 황사처럼 날려 사방이 뿌옇게 보인다.

카메라를 들자마자 렌즈에 날아드는 모래알갱이와 염분 가득한 냄새는 감내해야 한다.

카메라의 수명이 하루하루씩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거센 바람과 소금기는 어쩔 수 없지만,

바람은 내 마음도 모르고 바람으로 뺨을 때리고 있다.

 

이 곳에서 수영을 하려고 했다가는 1분만에 목숨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진에서 보는 해변가는 멋졌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어느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해변으로 내려가면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침식작용은 현재진행형이므로 언제 어디서 돌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해변가에 가면 언제 어디서 돌이 떨이질지 모른다는 표지판이 안보고는 못지나갈 것 같은 위치에 있다.

 

예고 없이 돌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안내문은 지금도 이 절벽이 바람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처절한 현장임을 이야기해준다.

 

거대한 자연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 이 곳이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인 200년 전에 왔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바로 접어야 했다.

 

이 곳은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수 많은 개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곳에는 배를 정박할 수 있는 항구가 없는데, 

바닷속에 암초가 많기 때문이다. 

바다 곳곳에 지뢰처럼 널린 암초는 이 곳이 발견 초창기에는 비극의 현장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유명한 희극인 찰리 채플린은 이런 말을 했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비극이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도 마찬가지의 느낌이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자연경관에 입을 다물 수 없지만,

가까이 내려가서 마주한 바다는 수 백년전 이 곳이 비극의 현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보고 나서 다시 3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멜버른으로 돌아왔다.

아침 6시에 출발하고 하루종일 구경하고 돌아오니 오후 7시가 훌쩍 넘었다.

 

10년 전 나는 스스로에게 그레이트에 갔다오면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확실히 이야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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